김은숙 작가는 2003년 SBS 태양의 남쪽으로 데뷔한 뒤 거의 매년, 혹은 한두 해 간격으로 새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작품 수가 많다 보니 어떤 순서로 나왔는지, 어디서부터 달라졌는지가 헷갈리기 쉬워요.
이 글에서는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파리의 연인부터 더 글로리까지를 연표로 정리하고, 대사와 로맨스 공식이 시기마다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해 봤습니다.
한눈에 보는 연표

포스터 자료: 도깨비 (TMDB) · 더 글로리 (TMDB) · 시크릿 가든 (MyDramaList) / 비교 편집: 드라마틱
| 연도 | 작품 | 방송·공개 | 주연 | 한 줄 메모 |
|---|---|---|---|---|
| 2004 | 파리의 연인 | SBS | 박신양, 김정은 | 최고 시청률 50%대, 재벌과 평범한 여자의 로맨스 |
| 2005 | 프라하의 연인 | SBS | 전도연, 김주혁 | 대통령의 딸과 형사 |
| 2006 | 연인 | SBS | 이서진, 김정은 | 연인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
| 2008 | 온에어 | SBS | 송윤아, 박용하, 김하늘, 이범수 | 방송가 직업 드라마 |
| 2009 | 시티홀 | SBS | 김선아, 차승원 | 지방 정치를 끌어온 로맨틱 코미디 |
| 2010 | 시크릿 가든 | SBS | 현빈, 하지원 | 몸이 바뀌는 판타지, 마지막 회 35.2% |
| 2012 | 신사의 품격 | SBS | 장동건, 김하늘 | 40대 남자 네 명의 연애 |
| 2013 | 상속자들 | SBS | 이민호, 박신혜 | 고등학생 재벌 2세들의 하이틴 로맨스 |
| 2016 | 태양의 후예 | KBS2 | 송중기, 송혜교 | 김원석 작가와 공동 집필, 파병지 배경 |
| 2016~17 |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 | tvN | 공유, 김고은 | 첫 케이블 작품, 불멸의 존재와 운명 |
| 2018 | 미스터 션샤인 | tvN | 이병헌, 김태리 | 구한말 의병 서사 |
| 2020 | 더 킹: 영원의 군주 | SBS | 이민호, 김고은 | 평행세계 판타지 |
| 2022~23 | 더 글로리 | 넷플릭스 | 송혜교 |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극, 두 파트로 공개 |
더 글로리는 파트1이 2022년 12월 30일, 파트2가 2023년 3월 10일에 공개됐습니다. 이후 2025년에는 넷플릭스 다 이루어질지니를 내놓았어요.
네 시기로 나눠 보면
1기, 연인 시리즈(2004~2006)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으로 이어진 시기입니다. 신분 차이가 큰 남녀가 만나는 신데렐라형 구도가 중심이었고, 파리의 연인부터 시크릿 가든까지 여섯 작품을 신우철 PD가 연출하며 호흡을 맞췄어요. 파리의 연인은 최고 시청률 50%를 넘기며 작가의 이름을 크게 알렸습니다.
2기, 직업과 판타지를 섞은 로맨틱 코미디(2008~2012)
온에어는 방송가를, 시티홀은 지방 정치를 무대로 삼았습니다. 연애 이야기에 직업 세계를 붙이는 방식이 이때 자리 잡았어요. 시크릿 가든은 영혼이 바뀌는 판타지를 처음 본격적으로 쓴 작품이고, 신사의 품격은 주인공 연령대를 40대로 올렸습니다.
3기, 규모를 키운 블록버스터(2013~2020)
상속자들의 하이틴 로맨스를 지나 태양의 후예부터는 해외 로케이션, 전쟁과 역사, 불멸의 존재 같은 큰 배경이 들어옵니다.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은 tvN에서 방송됐고, 사랑 이야기 위에 죽음과 운명, 나라의 운명 같은 무거운 주제를 얹었어요.
4기, 로맨스를 걷어낸 복수극(2022~)
더 글로리는 연애가 중심이 아닌 첫 작품에 가깝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이 18년 가까이 준비한 복수를 실행하는 이야기라, 장르도 공개 플랫폼도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어요. 문동은 역은 태양의 후예에서 이미 김은숙 작가와 작업했던 송혜교가 맡아, 같은 배우를 통해 작가의 변화가 더 선명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대사는 어떻게 달라졌나
| 시기 | 대표 대사 | 특징 |
|---|---|---|
| 1기 | "애기야 가자", "이 안에 너 있다" (파리의 연인) | 짧고 직설적인 고백, 유행어가 되는 한 문장 |
| 2기 |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시크릿 가든) | 상대를 몰아붙이는 말투에 코미디를 섞음 |
| 3기 |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도깨비) | 반복과 대구로 만든 시적인 문장 |
| 4기 | "여기까지 오는데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어" (더 글로리) | 감정을 숨긴 차가운 문장, 계획을 드러내는 말 |
초기 대사는 남자 주인공이 상대에게 던지는 선언이 많았습니다. 3기로 오면 같은 말을 반복하는 리듬과 계절감 있는 표현이 늘고, 더 글로리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건네는 짧고 건조한 말로 바뀌어요. 제 생각에는 대사의 주어가 사랑에 빠진 사람에서 무언가를 설계하는 사람으로 옮겨 간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로맨스 공식의 변화
| 항목 | 초기(1~2기) | 중기(3기) | 더 글로리 |
|---|---|---|---|
| 남자 주인공 | 재벌, 오만하지만 서툰 고백 | 군인, 불멸의 존재, 황제처럼 신화적 인물 | 가해자 쪽 남성은 위협으로, 조력자는 조용한 지지자로 |
| 여자 주인공 | 가난하지만 당당한 인물 | 직업이 분명한 전문가, 운명에 맞서는 인물 | 스스로 판을 짜는 복수의 설계자 |
| 갈등의 원인 | 신분 차이와 집안 반대 | 죽음, 전쟁, 시대 | 과거의 폭력과 이를 묵인한 사회 |
| 신체 접촉의 의미 | 설렘의 장치 | 운명의 장치 | 상처를 되살리는 기억 |
특히 마지막 줄이 흥미롭습니다. 손목을 잡아끄는 장면은 초기 로맨틱 코미디에서 설렘을 만드는 장치였는데, 더 글로리에서는 같은 동작이 피해자의 공포를 불러오는 장면으로 쓰였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한 작가가 자기 장르의 관습을 스스로 뒤집은 사례로 읽힙니다.
방송사가 바뀔 때마다 달라진 것
연표를 보면 2013년 상속자들까지는 거의 모든 작품이 SBS에서 방송됐습니다. 이후 태양의 후예는 KBS2,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은 tvN, 더 킹은 다시 SBS,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로 옮겨 갔어요.
플랫폼이 바뀌면 이야기 규모와 표현 범위도 달라집니다. 태양의 후예는 사전 제작으로 해외 배경을 크게 담았고, 미스터 션샤인은 24부작으로 구한말이라는 긴 시간을 다뤘어요.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 공개작이라 욕설이나 상표 노출이 지상파보다 자유로웠다는 점이 당시 기획 기사에서도 언급됐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변화가 단순한 이적이 아니라, 매번 다른 그릇에 맞춰 이야기의 크기를 조절해 온 과정으로 보입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방송사별로 묶어 보면 시청자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져요.
처음 본다면 권하는 순서
- 김은숙 스타일을 빠르게 알고 싶다면: 시크릿 가든 → 도깨비
- 작가의 변화를 따라가고 싶다면: 파리의 연인 → 시크릿 가든 → 미스터 션샤인 → 더 글로리
- 로맨스보다 장르물이 좋다면: 더 글로리를 먼저 보고 미스터 션샤인으로
작품 대부분이 16부작에서 24부작 사이라 전부 따라가려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각 시기에서 한 편씩만 골라 봐도 대사와 인물 공식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충분히 보여요. 시기마다 하나를 고른다면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도깨비, 더 글로리 조합을 권합니다.
비슷한 시기의 판타지 로맨스를 함께 비교해 보고 싶다면 눈물의 여왕, 푸른바다의 전설, 호텔 델루나 글도 참고해 보세요. 재벌 로맨스와 판타지 설정을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다뤘는지 비교하기 좋습니다.
참고: 한국방송작가협회 웹진, 여성동아, 씨네21, 위키백과, 키노라이츠, 나무위키 · 방송작가 웹진 김은숙 작가 인터뷰 · 씨네21 더 글로리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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