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16일, 넷플릭스에서 한일 합작 로맨틱 코미디 〈로맨틱 어나니머스〉가 공개됩니다. 한효주와 오구리 슌이 주연을 맡은 8부작으로, 프랑스·벨기에 원작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한일 합작이라는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줄거리를 파고들수록 이 두 배우가 아니면 맡기 어려운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정보와 줄거리 결말 — 초콜릿으로 연결된 두 사람
〈로맨틱 어나니머스〉의 원제는 'Romantics Anonymous(匿名の恋人たち)'입니다. 여기서 'Anonymous'란 '익명', 즉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상태를 뜻합니다. 주인공 이하나(한효주)는 천재적인 쇼콜라티에—초콜릿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장인—이지만, 타인의 시선을 감당하지 못해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숨긴 채 '르누아르'라는 익명으로 초콜릿 가게 '르 소베르'에 작품을 납품합니다. 제가 이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재능이 있어도 세상 앞에 나서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한편 후지와라 소스케(오구리 슌)는 대형 제과회사 후계자로, 결벽증과 접촉 공포—타인의 신체가 닿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상태—때문에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살아왔습니다. 그가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경영난에 빠진 르 소베르를 맡게 되면서 이하나와 만납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만큼은 눈을 마주치거나 손이 닿아도 공포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입니다. 이를 두고 운명론적 장치가 지나치게 편리하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상대가 안전한 존재로 느껴질 때 불안이 줄어든다"는 심리적 사실을 드라마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읽었습니다.
결말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하나는 히로시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 과거의 고마움이었음을 깨닫고 소스케에게 마음을 엽니다. 르 소베르를 둘러싼 경영권 갈등 속에서 소스케는 주주총회 자리에서 초콜릿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감정을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이하나는 무대 공포증—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에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는 증상—을 이겨 내며 월드 초콜릿 대회에서 우승해 가게를 지킵니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식 도중 불안을 느낀 이하나의 손을 소스케가 잡아 둘만의 공간으로 나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대신 함께 살아가기로 한 해피엔딩입니다.
- 공개일: 2025년 10월 16일, 넷플릭스 (출처: Netflix 공식 페이지)
- 회차: 8부작 / 연출: 츠키카와 쇼
- 출연: 한효주(이하나), 오구리 슌(후지와라 소스케), 나카무라 유리, 아카니시 진
- 장르: 로맨틱 코미디 / 원작: 프랑스·벨기에 영화 〈로맨틱스 어나니머스〉
감상 의견 — 불완전한 두 사람이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부분은 초콜릿이 단순한 배경 소품이 아니라 두 인물의 언어로 기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하나는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지만, 초콜릿을 만들 때만큼은 자신의 진심을 숨기지 않습니다. 소스케는 그 초콜릿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섬세하고 따뜻한 사람인지 먼저 알게 됩니다. 제 경험상 말이 아닌 방식으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공들이는 것을 가까이서 보는 것이 가장 빠르더라고요. 그 맥락에서 이 설정은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다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만 공포 반응이 사라진다는 설정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고 봅니다. 사회불안장애—낯선 사람이나 공개적인 상황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나 접촉 공포가 특정 한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극적으로 완화된다는 것은 임상적으로 단순화된 묘사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관련 연구에 따르면 사회불안은 지속적인 노출 훈련과 인지행동치료(CBT)를 병행할 때 효과적으로 개선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WHO 불안장애 팩트시트). 저는 이 설정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에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드라마가 "사랑이 불안을 치료한다"고 주장하기보다 "서로가 안전한 사람이 되어 주는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읽었습니다.
결말에서 이하나가 무대 공포를 이겨 내고 월드 초콜릿 대회에서 우승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스케는 그녀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인물이 아니라, 이하나가 스스로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 주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저는 이 장면이 두 사람의 관계를 가장 잘 요약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상처받지 않도록 막아 주는 것과 상처받아도 괜찮다고 느끼게 해 주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이 드라마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불안이 있는 인물을 단지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도 긍정적이었습니다. 이하나는 뛰어난 쇼콜라티에로서 확실한 재능과 열정을 지니고 있고, 소스케 역시 접촉 공포에도 불구하고 르 소베르와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 행동합니다. 제가 직접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것은, 불안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시선이 인물들에게 일관되게 유지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게 이 작품이 단순한 치유 로맨스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로맨틱 어나니머스 원작이 따로 있나요?
A. 네, 프랑스·벨기에 합작 영화 〈로맨틱스 어나니머스(Les Émotifs anonymes)〉(2010)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원작 영화도 비슷한 설정의 두 인물이 초콜릿을 매개로 가까워지는 이야기인데, 드라마 버전은 한일 합작으로 재해석된 점이 다릅니다. 원작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Q. 드라마 결말이 해피엔딩인가요, 새드엔딩인가요?
A. 해피엔딩입니다. 이하나와 소스케는 결혼식을 올리고, 두 사람은 불안을 완전히 극복했다기보다 서로를 믿으며 함께 살아가기로 합니다. 완벽한 치유 대신 현실적인 방식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의미 있는 결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저도 그 쪽에 가깝습니다.
Q. 한효주와 오구리 슌이 실제로 대사를 각각 한국어·일어로 하나요?
A. 한일 합작 드라마인 만큼 두 배우가 각자의 언어로 연기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언어가 어떻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지는 저도 공개 이후 직접 확인해 볼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국어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자막 설정을 미리 확인해 두시면 편하실 것 같습니다.
Q. 사회불안이나 접촉 공포를 가진 사람도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인가요?
A. 불안이나 공포 자체를 극적으로 과장하거나 희화화하기보다, 그것을 가진 인물들의 일상과 감정을 비교적 따뜻하게 그리는 작품입니다. 다만 드라마적 설정상 현실의 불안 증상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하고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과도한 자극 없이 볼 수 있는 편안한 로맨틱 코미디 쪽에 가깝습니다.
결론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불완전한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처가 있는 채로 함께하기로 선택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직접 봐온 많은 로맨스 드라마가 사랑을 통해 인물의 결핍이 채워지는 구조로 끝나는 반면, 이 작품은 결말에서도 두 사람의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솔직하게 느껴졌습니다.
초콜릿이라는 소재, 한효주와 오구리 슌이라는 조합, 한일 합작이라는 형식이 모두 처음에는 낯설게 다가왔지만,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만큼은 꽤 또렷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면서도 지나치게 가벼운 전개보다 인물에 깊이가 있는 드라마를 찾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