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커넥션〉을 보기 전까지 "마약 수사물은 다 비슷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강제로 마약에 중독된 형사가 사건을 파헤친다는 설정을 들었을 때도 처음엔 "또 자극적인 설정으로 승부 보는 드라마구나"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이 드라마의 진짜 무게중심은 마약이 아니라 '친구'라는 관계였습니다.
줄거리와 설정: 기대와 달랐던 것들
일반적으로 마약 수사 드라마라고 하면 형사와 범죄 조직 간의 고전적인 대립 구도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커넥션〉은 결이 꽤 달랐습니다.
주인공 장재경(지성)은 안현경찰서 마약수사팀 경감으로, 어느 날 정체불명의 인물들에게 납치되어 신종 마약 '레몬뽕'을 강제로 투약당합니다. 여기서 '강제 중독'이라는 장치는 단순한 장르적 자극이 아닙니다. 이른바 피카레스크(picaresque) 서사 구조가 됩니다. 피카레스크란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인물이 사회의 부조리 속을 헤쳐나가는 이야기 방식으로, 재경이 마약 중독자이면서 동시에 마약을 수사하는 아이러니가 이 드라마의 핵심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설상가상으로 고교 절친 박준서가 의문의 죽음을 맞고, 준서가 남긴 50억 원짜리 사망보험금 수익자 명단에 재경 자신이 올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이거 단순한 수사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교 동창들 사이에 얽힌 질투와 빚과 배신이 하나씩 드러나는 중반부터는, 솔직히 회차를 끊기가 어려웠습니다.
드라마의 장르를 분류하자면 하드보일드(hard-boiled)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하드보일드란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으로 범죄와 부패한 사회를 묘사하는 장르를 뜻합니다. 재벌·검찰·경찰 비리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설정, 인맥과 연줄로 돌아가는 '커넥션'의 구조가 이 하드보일드 문법에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커넥션〉의 구성적 장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마약 중독 형사라는 설정이 수사극과 심리극을 동시에 가능하게 만듦
- 보험금·가상자산 비밀번호 같은 일상적 장치가 서사의 상징으로 기능함
- 재벌·검찰·마약 조직이 연결된 멀티 라인 구조가 회차마다 새로운 긴장을 공급함
실제로 SBS 드라마 중에서도 이 작품이 시청자 반응을 꽤 끌었던 이유가 이런 구성의 밀도 덕분이라고 봅니다. 국내 드라마 시청률 조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동시간대 경쟁작 대비 10회 이후 시청자 이탈률이 낮게 유지되었는데(출처: 콘텐츠진흥원), 이는 중반 이후에도 서사의 밀도가 유지되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말과 우정: 통쾌한데 왜 개운하지 않을까
〈커넥션〉의 결말은 흔히 '권선징악 사이다 엔딩'으로 평가됩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평가를 들으면 "그럼 끝이 시원하겠네" 싶은데, 제 경험상 실제로 보고 나면 감정이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진범은 금형그룹 회장 원창호와 검사 박태진의 공모로 드러납니다. 박준서가 마약 제조, 과거 살인, 필오동 개발 비리 등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하자, 원창호는 '자살로 위장된 타살'을 설계합니다. 여기서 타살 위장의 결정적 균열은 누아르(noir) 장르의 전형적인 장치인 '사소한 실수'에서 나옵니다. 누아르란 범죄와 도덕적 모호함을 어두운 톤으로 그리는 장르로, 이 드라마에서는 "자살자는 신발을 벗는다 vs 그렇지 않다"는 가해자들 사이의 인식 차이가 재경에게 결정적 단서가 되는 방식으로 구현됩니다.
박태진은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다가 현장에서 사망하고, 원창호는 법적 처벌을 받습니다. 재경의 마약 중독 서사도 '강제 투약 피해자'임이 공식 확인되면서 비극 엔딩은 아니게 마무리됩니다. 국내 마약 범죄 관련 제도 현황을 다룬 자료에 따르면, 비자발적 투약 피해자에 대한 법적 처우는 자발적 투약과 명확히 구분된다고 되어 있는데(출처: 대검찰청), 이 드라마가 그 현실적 맥락을 서사에 반영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저는 마지막회를 보면서 한 가지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악인들이 사건의 전말을 스스로 설명하는 장면들이 유독 많다는 점입니다. 수사극의 카타르시스는 통상 '추적의 논리가 범인을 궁지에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나오는데, 〈커넥션〉의 후반부는 그 과정이 상당 부분 악인들의 자백과 장광설로 채워졌습니다. 촘촘했던 초반부의 복선 구성과 비교하면, 마지막 퍼즐을 조각하는 방식이 다소 설명적으로 흘렀다는 느낌은 솔직히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재경, 오윤진, 허주송 세 사람이 바다에 서서 준서가 가상자산 계좌 비밀번호로 '친구의 날' 날짜를 설정해뒀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장면입니다. 앞자리 비밀번호는 박태진의 뒤틀린 사랑을, 뒷자리는 준서가 끝까지 붙들고 싶었던 우정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팬 커뮤니티에서 많이 나왔는데, 저도 그 해석에 동의합니다. 결국 준서라는 인물은 사랑과 우정 두 가지 모두에서 배신당한 사람이었고, 그 상징이 계좌 비밀번호 하나에 응축되어 있다는 게 이 드라마에서 제가 가장 좋았던 디테일입니다.
〈커넥션〉은 완벽하게 정제된 수사 스릴러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20년 우정이 어떻게 변질되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드라마로서는 충분히 힘이 있었습니다. 결말의 '통쾌함' 뒤에 묘하게 쓴맛이 남는 이유를, 저는 오히려 이 드라마가 남긴 여운의 증거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비슷한 장르를 좋아하신다면, 전반부 2~3화를 먼저 보고 판단하시길 권합니다. 그 정도면 이 드라마가 본인 취향인지 아닌지 충분히 가늠이 됩니다.
참고: 커넥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