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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더랜드 (로맨틱코미디, 이준호윤아, 직장로코)

by 드라마틱5 2026. 4. 15.

드라마 킹더랜드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처음에 킹더랜드를 별로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재벌 2세와 평범한 직장인의 로맨스라는 설정은 워낙 많이 봐온 공식이었고, "또 이 조합이네" 싶은 마음이 먼저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예상과 다른 부분이 꽤 있었고, 동시에 "역시 예상대로네" 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 간극을 직접 따져보면서 이 드라마를 어떻게 봐야 할지 정리해 봤습니다.

재벌 로코라는 장르 공식, 실제로 통하는가

일반적으로 재벌 2세와 서민 여주의 로맨스물은 클리셰 덩어리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킹더랜드도 예외는 아닙니다. 킹그룹 후계자이자 킹호텔 본부장인 구원(이준호)과, 인턴부터 시작해 VVIP 라운지까지 올라온 호텔리어 천사랑(임윤아)의 조합은 장르적 문법을 그대로 따릅니다. 저도 처음엔 "이 드라마가 뭘 새로 보여주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면서 알게 된 건, 이 드라마가 장르 공식을 깨려는 의도 자체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오피스 로맨스(office romance)라는 장르 용어를 쓰면, 이는 직장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물을 뜻합니다. 킹더랜드는 이 오피스 로맨스의 전형적인 구조, 즉 권력 차이가 있는 두 인물이 공간을 공유하면서 감정을 쌓아가는 방식을 충실히 따릅니다. 신선함보다 안정감을 선택한 것이죠.

재미있었던 건 구원이라는 캐릭터 설정이었습니다. 웃음 자체를 혐오하는 재벌이라는 설정은 단순히 "차갑고 까칠한 남주"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갑자기 사라진 이후, 늘 웃는 얼굴로 진심을 숨겼던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쌓인 인물이라는 맥락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스마일 퀸 천사랑의 미소를 처음엔 극도로 싫어하다가 서서히 마음이 흔들리는 과정이 그나마 납득이 됐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왜 이 두 사람이 부딪히는지에 대한 설득력은 있었습니다.

호텔리어라는 직업, 드라마가 얼마나 제대로 담았나

킹더랜드의 배경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VVIP 라운지라는 공간 설정이었습니다.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란 일반 VIP보다 한 단계 높은 최우선 고객 등급을 의미합니다. 호텔에서 이 등급의 고객을 응대하는 라운지는 일반 로비와는 완전히 다른 서비스 체계를 갖추게 되는데, 드라마가 이 공간의 분위기와 에티켓을 꽤 세밀하게 묘사하려 한 점은 눈에 띄었습니다.

천사랑 캐릭터가 단순한 서비스직 종사자가 아니라 진짜 직업인으로 그려진다는 점도 저는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2년제 출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인턴부터 시작해 7년째 살아남은 인물로, 서비스 마인드(service mind), 즉 고객의 필요를 먼저 읽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태도를 직업적 자부심으로 가진 캐릭터입니다. 신분 상승 욕망이 아니라 자기 일에 대한 순수한 애정으로 버텨온 인물이라는 설정이, 여주 캐릭터를 수동적인 신데렐라 구도에서 한 발짝 떼어 놓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킹더랜드에서 가장 마음에 든 설정이었습니다.

다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직장 묘사가 점점 배경으로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초반에는 프런트 데스크 응대, 갑질 고객 처리, 동료 간 갈등 같은 현실적인 직장 에피소드가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무게중심이 상속 갈등과 로맨스 쪽으로 완전히 쏠립니다. 호텔이라는 공간과 직업 묘사가 처음만큼 살아있지 않게 되는 거죠.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 따르면, 최근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직업 배경을 활용한 오피스 로맨스 장르의 수요는 꾸준히 높은 편입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킹더랜드는 이 수요를 정확히 겨냥한 작품이지만, 직업 묘사의 깊이보다 로맨스의 달달함을 우선순위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직장물 자체를 기대했던 시청자에게는 다소 아쉬운 선택이었을 수 있습니다.

킹더랜드에서 눈여겨볼 만한 직업 배경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호텔 VVIP 라운지 응대 서비스의 디테일과 공간 연출
  • 킹에어 승무원 오평화 라인을 통해 보여주는 항공 서비스업 에피소드
  • 킹패션 면세점 계열 직원 강다을의 워킹맘 서사와 직장 내 갈등 묘사

배우 케미가 드라마를 얼마나 구했나

케미스트리(chemistry), 줄여서 케미란 두 배우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감정적 시너지를 뜻합니다. 드라마 현장에서는 대본 밖의 눈빛, 타이밍, 반응 속도가 이 케미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이준호와 임윤아 조합은 이 케미 면에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두 배우처럼 비주얼과 분위기가 동시에 맞아떨어지는 조합은 흔치 않거든요.

이준호는 차갑고 무뚝뚝한 구원 캐릭터를 과하지 않게 표현했고, 임윤아는 무조건 밝은 캐릭터가 자칫 일차원적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을 나름대로 잘 잡아줬습니다. 두 배우의 티키타카 장면, 특히 초반부 설전 장면들은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만 제가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작품이 배우 두 명의 스타성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서사 자체가 그 둘의 케미를 받쳐주는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구원의 가족 문제, 킹그룹 상속 전쟁, 호텔 내 권력 갈등 같은 소재들은 분명히 더 날카롭게 파고들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갈등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로맨스의 장애물 역할에 머무르면서, 독자적인 서사로 발전하지 못한 채 마무리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콘텐츠 평가 기준에 따르면, 드라마의 서사 완성도는 주·조연 모두의 캐릭터 성장이 균형 있게 다루어질 때 높아집니다(출처: 방송통신위원회). 킹더랜드는 친구 라인인 오평화(고원희), 강다을(김가은), 그리고 구원의 비서 노상식(안세하)까지 조연들이 나름의 서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주인공 두 명의 이야기가 너무 압도적으로 비중을 차지하면서 조연들의 성장 서사가 충분히 완결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킹더랜드는 결국 "아는 맛이 무서운 드라마"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그 공식 안에서 배우들의 힘으로 일정 수준의 재미를 보장해 주는 작품입니다. 깊은 서사나 파격적인 전개를 기대하기보다는, 하루를 마치고 가볍게 달달함을 충전하고 싶을 때 틀어 놓기 좋은 드라마입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자체가 익숙한 분이라면 적어도 이준호와 임윤아의 케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간 값을 한다고 봅니다.


참고: 킹더랜드 (JTBC,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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