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드라마가, 왜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한테 더 무겁게 느껴질까요. 저는 D.P.를 처음 틀었을 때 웃음이 아니라 진땀이 먼저 났습니다. 화면 속 장면들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D.P.가 왜 단순한 넷플릭스 드라마로 소비되어선 안 되는지, 그리고 시즌3를 둘러싼 기대가 어쩌면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D.P.가 불편한 이유: 군무이탈과 가혹행위를 다루는 방식
D.P.는 군무이탈체포조(Deserter Pursuit)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군무이탈체포조란 탈영한 병사를 추적해 부대로 복귀시키는 임무를 맡은 군사경찰 팀을 가리킵니다. 주인공 안준호(정해인)는 이 D.P. 조에 합류하면서, 탈영병 한 명 한 명의 사연과 마주하게 됩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제가 계속 불편했던 건, 이 작품이 탈영이라는 행위를 범죄가 아니라 탈출로 그린다는 점이었습니다. 탈영병을 악인이 아니라 어디에도 기댈 수 없었던 사람으로 보여주는 시선이, 저를 포함한 군 복무 경험자들에게 묘한 죄책감을 남깁니다. '나도 당시에 가해 구조의 일부였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은, 작품이 끝난 뒤에도 쉽게 떨쳐지지 않았습니다.
이 드라마가 특히 현실감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원작 웹툰 「D.P 개의 날」의 작가 김보통이 실제 D.P. 복무 경험자라는 점입니다. 극본을 한준희 감독과 공동으로 썼기 때문에, 군대 특유의 계급 문화와 가혹행위 묘사에서 살아있는 디테일이 느껴집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폭력 장면 자체가 아니라, 그 폭력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화된 공기였습니다.
국방부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군 복무 중 사망한 병사 중 일부는 지속적인 가혹행위와 연관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출처: 국방부). 드라마 속 장면이 과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실의 수치는 이 작품이 결코 허구를 소비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D.P.가 사회적으로 공론화(公論化)에 기여한 측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군 내 집단 따돌림, 언어 폭력, 구타 등 가혹행위의 구체적 묘사로 인해 기존에 '안타까운 사건'으로 소비되던 문제가 대중의 실제 분노로 전환되었습니다.
- 작품 공개 이후 실제 군 관련 피해 사례 재보도와 국회 차원의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 군 복무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에게도 군 구조의 문제를 직관적으로 이해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만 저는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 가혹행위와 탈영 문제는 이전부터 수없이 활자로 보도되었는데, 피해자의 증언과 보고서보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한계는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이건 D.P.를 낮게 보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작품이 그만큼 효과적으로 감정을 전달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즌3 가능성과, 우리가 진짜 기대해야 할 것
시즌2가 2023년 7월 28일 공개된 이후, 시즌3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준희 감독은 시즌2 공개 직후 인터뷰에서 "시즌3는 지금 상상도 못하는 상태이며, 우리 뜻대로만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좋은 매듭을 짓는 방향으로 마무리했다"는 표현도 썼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넷플릭스도, 제작진도 시즌3를 확정한 바 없습니다.
시즌3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다소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봅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시즌2의 쿠키영상과 미완의 서사를 근거로 시즌3 제작을 예상하는 글들이 많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팬 추측의 영역입니다. 공식 발표로 뒷받침되지 않은 전망을 확정처럼 받아들이는 건 위험합니다.
그런데 제가 더 주목하는 건, 과연 우리가 시즌3에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입니다. 더 자극적인 폭력 묘사와 더 비극적인 서사를 원하는 건 아닌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사의 에스컬레이션(escalation)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에스컬레이션이란 이야기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충격의 강도를 높여야 시청자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창작상의 압력을 의미합니다. 이 압력 때문에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가 어느 순간부터는 메시지보다 스펙터클(spectacle), 즉 충격 그 자체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군 복무 경험자 중 일부는 이 드라마가 "트라우마 재현"처럼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이건 단순한 과민반응이 아닙니다. 한국트라우마학회의 논문에서도 피해 경험자가 유사한 자극에 노출될 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재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트라우마학회).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일수록, 피해 경험자의 심리적 안전을 어디까지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필요합니다.
시즌3가 만들어진다면, 이미 드러난 현실을 반복적으로 증폭시키기보다는 "그래서 이 구조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담을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작품이 단지 군대 이야기를 잘 그린 드라마로 소비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D.P.가 던진 질문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집요하게 붙들고 가느냐는 것이 결국 시청자의 몫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건 시즌3가 아니라, 시즌1과 시즌2가 드러낸 현실을 바꾸려는 집단적 의지일지도 모릅니다. D.P.를 보고 분노했다면, 그 분노가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데 쓰이는 대신 실제 제도 감시와 공론화에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의 화제성은 언제나 짧고, 구조가 바뀌는 속도는 언제나 더디기 때문입니다.
참고: D.P.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2021)
원작: 김보통 웹툰 「D.P 개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