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126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누명, 원작 비교, 결말) 10년이라는 시간을 빼앗긴 사람에게 뒤늦은 무죄 판결이 과연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2024년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저에게 바로 그 질문을 집요하게 던진 작품입니다.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한 청년이 10년 뒤 출소해 진실을 역추적하는 이야기로, 변영주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라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꽤 큰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누명, 그리고 한 사람의 청춘이 부서지는 방식드라마를 보기 전에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습니다. 독일 추리소설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답게, 원작은 사회파 미스터리(social mystery) 특유의 촘촘한 다층 서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 사회파 미스터리란 단순히 범인 찾기에 그치지 않고, 사건 뒤에 놓인 사회.. 2026. 5. 26. 오십프로 (중년 액션, 캐릭터, 장르물) 요즘 금요일 저녁이 되면 자동으로 TV 앞으로 가게 됩니다. 딱히 계획한 것도 아닌데 9시 50분쯤 되면 손이 리모컨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MBC 금토드라마 오십프로가 2026년 5월 22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데, 저는 예고편과 시놉시스를 먼저 들여다보다가 이 드라마 때문에 한동안 꽤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됐습니다. "50대 아저씨 셋이 나온다"는 한 줄 설명에 처음에는 그냥 넘겼는데, 구체적인 설정을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세계관과 캐릭터 설계, 생각보다 정교합니다오십프로의 기본 구조는 처음 보면 단순해 보입니다. 각 분야 최강자였던 세 남자가 '그날의 사건' 이후 외딴섬 영선도로 좌천돼 10년을 살아가다, 다시 과거의 싸움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국정원 블랙 요원 .. 2026. 5. 24. 골드랜드 (박보영 흑화, 공조 살인, 욕망)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박보영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동으로 청량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골드랜드〉의 첫 화를 보고 나서는 그 이미지를 완전히 내려놓게 됐습니다. 1500억 금괴를 손에 쥔 세관원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지켜보는 일이 이렇게 불편하고, 동시에 눈을 뗄 수 없을 줄은 몰랐습니다. 디즈니+ 오리지널 한국 범죄 스릴러 〈골드랜드〉는 단순한 돈 추격전이 아닙니다. 돈 앞에 선 평범한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생존 스릴러입니다.박보영 흑화, 뽀블리가 선을 넘는 과정이 불편하게 현실적인 이유제가 〈골드랜드〉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의 선택이 이해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게 더 무섭습니다. 주인공 김희주(박보영)는 캐릭터 아크(charact.. 2026. 5. 23. 원더풀스 (세기말 배경, 캐릭터 분석, 시청 후기) 히어로물에서 주인공이 처음부터 능력을 완벽하게 쓴다면, 과연 재밌을까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원더풀스」는 그 반대에서 시작합니다. 제가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이게 히어로물이 맞나?" 싶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그 어설픔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무기더군요. 가볍게 켰다가 결국 끝까지 보고 만 작품입니다.1999년 해성시, 이 배경이 왜 지금 통하는가「원더풀스」의 시간적 배경은 1999년, 이른바 세기말(世紀末)입니다. 세기말이란 20세기가 끝나는 시점을 앞두고 종말론·미신·괴담이 사회 전반을 뒤덮었던 분위기를 뜻합니다. 당시 한국에서도 Y2K 버그 공포, 각종 종말 예언, 도시 괴담이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 있었고, 드라마는 그 공기를 꽤 충실하게 재현해 냅니다.저는 개인적으로 이 선택이 영리하다.. 2026. 5. 22. 은밀한 감사 (감사실, 로코, 신혜선) tvN 토일 드라마 〈은밀한 감사〉가 2026년 4월 25일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대기업 감사실, 그것도 '사내 풍기문란(PM) 전담 감사팀'이라는 설정을 들었을 때 솔직히 이게 로맨스가 되나 싶었습니다. 직접 챙겨보니, 그 의심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감사실이라는 배경, 왜 신선한가대기업 드라마는 많았습니다. 재벌가 후계 싸움도, 사내 연애 금지 규정도 드라마 소재로는 익숙한 편입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감사실'이라는 조직 자체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여기서 감사실이란 회사 내부의 비리, 규정 위반, 비윤리적 행위를 조사하고 징계를 권고하는 내부 통제 부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회사 안의 경찰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그 안에서도 특히 풍기문란(PM) 담당 감사 3팀은 사내 연애, 소문, .. 2026. 5. 21.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열등감, 자기혐오, 감정 워치)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재생 버튼을 바로 누르지 못했습니다. '무가치함'이라는 단어가 화면에 떡하니 박혀 있는데, 어쩐지 그게 저를 향한 말 같았기 때문입니다. 박해영 작가와 차영훈 감독 조합이 아니었다면 아마 한참 더 미뤘을 겁니다. 결국 틀었고,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열등감을 화면 밖으로 끌어낸 캐릭터, 황동만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황동만(구교환)이 있습니다. 20년째 영화감독 데뷔를 못 한 인물로, 대학 영화동아리 '8인회' 멤버 중 유일하게 제자리에 멈춰 있는 사람입니다.처음 몇 장면에서 저는 솔직히 동만이 불편했습니다. 친구들 잘나가는 꼴을 못 봐서 삐딱한 말을 쏟아내고, 자기 연민과 분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유치하게 .. 2026. 5. 20.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