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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17

사이코지만 괜찮아 (트라우마, 치유 로맨스, 캐릭터) 솔직히 이 드라마를 처음 틀었을 때는 "예쁜 그림체에 로맨스 한 스푼"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근데 2회를 넘기면서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로맨스가 껍데기고, 안에는 트라우마(trauma)와 가족이라는 훨씬 무거운 이야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 무게가 불편하면서도 끝까지 놓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잔혹동화 미장센이 감추고 있는 것 — 트라우마와 애착 결핍드라마의 첫인상은 확실히 강렬합니다. 고문영(서예지)이 잔혹동화 스타일의 아동문학을 쓰는 작가로 등장하면서, 드라마 전체가 동화책 삽화를 펼쳐 보는 것 같은 미장센으로 전개됩니다. 여기서 미장센(mise-en-scène)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조명, 의상, 세트, 색감 등 시각적 요소 전체를 아우르는 영화 연출 용어입니다. 이 드라마는 그 미장센 하나만으로도.. 2026. 5. 11.
갯마을 차차차 (힐링 로맨스, 공동체 서사, 비판적 시각)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켤 때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바닷마을 배경에 도시 여자와 시골 남자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어디선가 본 듯한 구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런데 퇴근 후 멍하니 재생을 눌렀다가, 어느새 공진 마을 사람들 이름을 전부 외우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갯마을 차차차〉가 단순한 달달한 로맨스 이상의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퇴근 후 공진으로 출근한 이유처음 몇 화는 그야말로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로코)의 교과서 같았습니다. 로코란 로맨틱 코미디의 줄임말로, 남녀 주인공 사이의 티격태격과 설렘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장르를 말합니다. 윤혜진이 공진에 내려와서 마을 사람들을 답답해하고, 홍두식이 능글맞게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초반 구도.. 2026. 5. 10.
동백꽃 필 무렵 (편견과 공동체, 직진 로맨스, 까불이 서사) 2019년 KBS2에서 방영된 〈동백꽃 필 무렵〉은 시청률 23.8%(닐슨코리아 기준)로 그해 지상파 드라마 1위를 기록했습니다. 처음 이 드라마를 누른 건 "공효진이랑 강하늘이 나오는 로코"라는 정도의 기대였는데, 몇 화 지나지 않아 옹산이라는 마을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편견과 공동체, 옹산이라는 무대가 만드는 현실전라남도 바닷가 마을 옹산에서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하는 싱글맘 오동백은, 미혼모이자 술집 사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동네 아줌마들에게 끊임없이 수군거림을 당합니다. 드라마가 이 장면들을 처리하는 방식이 제가 볼 때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과장이나 희화화 없이, 그냥 일상의 속도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불편합니다.사회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낙인 이론.. 2026. 5. 9.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부녀 관계, 진범, 결말 해석) 드라마를 보다가 "혹시 내가 가족을 완전히 믿는다고 말할 수 있나?" 하는 질문이 떠오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보면서 그런 질문을 꽤 오래 붙잡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범죄 수사물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수사보다 '가족 사이의 불신'이 훨씬 더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이었습니다.범죄 행동 분석과 부녀 갈등, 어디서부터 시작됐나장태수라는 인물은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입니다. 여기서 프로파일러(Profiler)란 범죄자의 행동 패턴, 심리 상태, 범행 동기 등을 분석해 용의자를 추려내는 범죄 행동 분석 전문가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이 사람이 왜 이런 짓을 했는가"를 데이터와 심리학적 근거로 설명하는 직업입니다.문제는 이 능력이 가정에까지 스며든다는 점이었습니다. .. 2026. 5. 3.
선재 업고 튀어 (쌍방구원, 결말, 타임슬립) 드라마 한 편 보려고 켰다가 새벽 두 시가 된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한 회만 보려다가, 임솔이 과거로 떨어지는 장면에서 리모컨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최애 아이돌을 살리기 위해 팬이 과거로 타임슬립한다"는 설정만 보면 가벼운 판타지 로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보고 나면 그 이상입니다. 장점과 단점이 꽤 선명한 작품이라, 이 글에서는 두 시각을 나란히 놓고 살펴보겠습니다.쌍방구원 구조가 만들어 낸 감정선이 드라마의 핵심은 '쌍방 구원(mutual salvation)' 서사입니다. 쌍방 구원이란 한쪽이 일방적으로 상대를 돕는 것이 아니라, 두 인물이 서로의 삶에서 구원자가 되는 관계 구조를 말합니다. 임솔은 하반신 마비 이후 삶의 의지를 .. 2026. 4. 17.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빌런 구조, 유정숙, 결말) 악역이 공감될수록 그 드라마는 더 무서워지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나쁜 드라마인 걸까요?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를 다 보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질문이 바로 이겁니다. 연쇄살인 스릴러라고 소개받고 틀었는데, 막상 끝까지 보고 나니 이건 살인극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의 자기합리화"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다층 빌런 구조, 장르의 야심인가 한계인가이 드라마를 처음 볼 때 저는 꽤 놀랐습니다. 첫 화부터 전형적인 지방 수사극처럼 시작하거든요. 우진 경찰서 형사 오진성이 갤러리 관장 살인사건에 투입되고, 초반엔 용의자로 지목된 배민규 주변을 파고드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회차가 쌓일수록 악의 층위가 계속 추가됩니다. 단순 살인범 한 명이 아니라, 재벌 진진그룹, 의료 라인,.. 2026.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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