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드라마15 사이코지만 괜찮아 (트라우마, 치유 로맨스, 캐릭터) 솔직히 이 드라마를 처음 틀었을 때는 "예쁜 그림체에 로맨스 한 스푼"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근데 2회를 넘기면서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로맨스가 껍데기고, 안에는 트라우마(trauma)와 가족이라는 훨씬 무거운 이야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 무게가 불편하면서도 끝까지 놓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잔혹동화 미장센이 감추고 있는 것 — 트라우마와 애착 결핍드라마의 첫인상은 확실히 강렬합니다. 고문영(서예지)이 잔혹동화 스타일의 아동문학을 쓰는 작가로 등장하면서, 드라마 전체가 동화책 삽화를 펼쳐 보는 것 같은 미장센으로 전개됩니다. 여기서 미장센(mise-en-scène)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조명, 의상, 세트, 색감 등 시각적 요소 전체를 아우르는 영화 연출 용어입니다. 이 드라마는 그 미장센 하나만으로도.. 2026. 5. 11. 갯마을 차차차 (힐링 로맨스, 공동체 서사, 비판적 시각)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켤 때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바닷마을 배경에 도시 여자와 시골 남자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어디선가 본 듯한 구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런데 퇴근 후 멍하니 재생을 눌렀다가, 어느새 공진 마을 사람들 이름을 전부 외우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갯마을 차차차〉가 단순한 달달한 로맨스 이상의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퇴근 후 공진으로 출근한 이유처음 몇 화는 그야말로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로코)의 교과서 같았습니다. 로코란 로맨틱 코미디의 줄임말로, 남녀 주인공 사이의 티격태격과 설렘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장르를 말합니다. 윤혜진이 공진에 내려와서 마을 사람들을 답답해하고, 홍두식이 능글맞게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초반 구도.. 2026. 5. 10. 오 나의 귀신님 (빙의 로맨스, 장르 믹스, 여성 서사)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볼 때 "귀신 나오는 로코니까 가볍게 보다 자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틀었습니다. 그런데 3회쯤 됐을 때 이불을 끌어안고 앉아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웃기면서도 짠한, 이상하게 마음에 걸리는 드라마였습니다. 2015년 tvN 금토 드라마로 방영된 「오 나의 귀신님」은 최고 시청률 약 8%대를 기록하며 케이블 드라마의 기준을 다시 쓴 작품입니다.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로 분류하기엔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서사의 결이 꽤 복잡합니다.빙의 로맨스가 만들어낸 감정의 삼각구도이 드라마의 핵심 설정은 빙의(憑依)입니다. 여기서 빙의란 다른 존재의 영혼이나 의식이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 깃드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드라마에서는 이 판타지적 장치를 공포가 아닌 로맨스와 성장의.. 2026. 4. 26.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오피스 로맨스, 감정선, 퇴사 판타지)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틀었을 때 10분 만에 끄려고 했습니다. "재벌 2세 남주에 비서 여주"라는 조합이 너무 익숙해서, 이미 결말까지 다 보인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1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손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퇴사 선언이라는 출발점이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게 설계된 드라마였습니다.퇴사 선언이 왜 이 드라마의 핵심인가이 드라마는 2018년 tvN에서 방영된 오피스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단순합니다. 9년 차 비서 김미소(박민영)가 부회장 이영준(박서준)에게 퇴사를 통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한 장면이 드라마 전체의 구조를 바꿔버립니다.드라마 이론에서 이를 인시팅 인시던트(Inciting Incident)라고 부릅니다. 인시팅 인시던트란 주인공의 일상에 균열.. 2026. 4. 22. 선재 업고 튀어 (쌍방구원, 결말, 타임슬립) 드라마 한 편 보려고 켰다가 새벽 두 시가 된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한 회만 보려다가, 임솔이 과거로 떨어지는 장면에서 리모컨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최애 아이돌을 살리기 위해 팬이 과거로 타임슬립한다"는 설정만 보면 가벼운 판타지 로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보고 나면 그 이상입니다. 장점과 단점이 꽤 선명한 작품이라, 이 글에서는 두 시각을 나란히 놓고 살펴보겠습니다.쌍방구원 구조가 만들어 낸 감정선이 드라마의 핵심은 '쌍방 구원(mutual salvation)' 서사입니다. 쌍방 구원이란 한쪽이 일방적으로 상대를 돕는 것이 아니라, 두 인물이 서로의 삶에서 구원자가 되는 관계 구조를 말합니다. 임솔은 하반신 마비 이후 삶의 의지를 .. 2026. 4. 17. 스물다섯 스물하나 (시청률, 결말 논란, 성장 서사) 최종회 시청률 11.5%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를 찍은 드라마가 "해피엔딩인가, 이별인가"를 두고 방영 종료 후에도 몇 달째 논쟁을 이어갔습니다. 저도 그 논쟁의 한복판에서 꽤 오래 헤맸던 쪽입니다. 처음엔 90년대 말 레트로 소품들에 이끌려 가볍게 시작했는데, 마지막 회가 끝난 뒤 한동안 여운보다 허무함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단순한 드라마 소개가 아니라, 과연 이 작품이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놓쳤는지 나름의 시각을 정리한 기록입니다.시청률 추이와 결말의 온도 차〈스물다섯 스물하나〉는 2022년 2월 12일 tvN에서 첫 방송을 시작해 총 16부작으로 완결됐습니다. 초반 12회부터 68%대로 출발해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상승했고, 10회를 넘어서면서 두 자릿수에 안착했습니다. 12회에는 12%대까.. 2026. 4. 10. 이전 1 2 3 다음